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나를 슬프게 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없어도 되는 것들은 세상에 차고 넘치더라. 물적인 욕구라는 것은 헛되다고 그 많은 종교의 성인들이 가르치지 않던가.
사실 인생은 살지 않아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부러진 단어들이 뚝뚝, 하나씩 떨어져 나갈 때 이 흰 공간 위에 나는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그것은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닌지.
도의든, 사랑이든, 꿈이든, 욕정이든, 키보드에 묻은 얼룩 속으로 하나 둘씩 명멸해 간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지금 나를 던져준다면 마음껏 울 수 있을 텐데.
무엇이 그리 두려워, 라고 말함다면 사실 결론은 정해져 있으나,
때로그두려움이쓸데없이높은확률로나를찾아와나의목을옥죄고나의숨을막고나의몸을사로잡고
이렇게 벅찬 숨을 들이쉰 다음에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이다.
너와 함께하는 이 곳은 어디이며, 나는 누구인지.
그런 다음 어깨를 무겁게 누르짓는 낯선 이의 죽음.
멍청함 속에 수태된 생명과 사랑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