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01

일상 2015. 11. 1. 13:38 |

덜 익은 귤을 무심코 베어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시고 달아서 당황스러울 때의 기분. 나에게 귤을 가져다 준 너는 다음 주에 온다고 했지만, 과연, 어떨까. 그 귤이 없는 우리들 사이엔 여전히 똑같은 다정한 기류가 흐를까, 아니면 다시 나는 우울과 호르몬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까.

너는 무엇보다 나에게 이번에는 무엇을 가져다 줄까.

나는 너를 다시 한 번 믿어줄 수 있을까.

Posted by 미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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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ting end to the monologue

일상 2015. 10. 21. 13:52 |

9월의 나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했었다. 물론 매일같이 너무 많은 일을 했고, 내 능력에 과분한 프로젝트를 받아 혼자 진행한다는 느낌마저도 들고, 날짜는 이상하게 꼬여서 월말에 해야 할 일이 앞으로 당겨져 오고.... 무엇보다도 나는 혼자였다.

물론 그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일임을 나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 

지금은... 그래, 지금은 괜찮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자위하고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멍청한, 또는 순진한 불씨는 어느 새 내 몸을 거진 반쯤 태워버린 것 같다. 단어들이 입에서 맴돌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된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는 손이 빛나는 그 모습을 보았다. 오래 전에 불태워버린 우상의 신전이 나타난 것과 같다. 다만 이번에는 그것이 내가 믿는 신의 형상을 하고 나타났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소렌티노의 비유는 너무나도 정확했다. 그 사당을 무릎으로, 내 온 몸으로 기어오르라고 본능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앞에서 말들은 기만이 된다. 육체를 묘사하는 말들이 그렇게 부족하고 또 상스러운 것이라고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스스로 말하면서도, 아, 이것은 그저 긁어 부스럼에 지나지 않는구나. 그렇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일시적이리라 걱정을 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보통 같았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라고 걱정이라도 해야 할텐데 이제는 걱정도 포기한 느낌. 왜냐면 내가 자유의 길을 가는 것을 알기에. 

한때는 그것이 속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지난 시간 동안 그 길을 걸어 왔다. 타인의 힘을 빌어 나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그로 인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어찌 보면 사람은 지독하게도 변하지 못하는 생물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변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쪽인지는 모르겠다. 새로이 걸으려는 그 길은 사실 아주 오래된 길이기도 하다. 어떤 아주 오래된 방종의 길. 이제는 조금은 사리분별이 되지 않겠냐는 그 헛된 희망을 안고 다시 한 번 낚시배에 오르려는 멍청하고 위험한 모험의 시도. 


계속해서 흔들리는 닻을 아제는 다시 올릴 때가 왔다. 

오랜 무언극을 끝내고 외치는 감사의 인사, 퇴장, 그리고 다음은 다시 침묵.  


Posted by 미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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